- 영어를 배울때 처음부터 완벽한 문장을 말하려고 하면 머리가 복잡해져서 아무말도 못하는 벙어리가 된다.
특히 한국사람에게 강하게 드러나는 성향인데 한국어 자체가 원래 형식적으로 그렇게 말하지 않으면 안되는 구조라서 그렇다.
반면에 중국인들은 영어를 못해도 단어부터 일단 던지고 보는데 어찌어찌 다 통하면서 빨리 입을 틔운다. 역시 이것도 중국어 자체가 그렇게 말해도 되는 구조라 영어도 그렇게 하는것이다.
간단한 예를 들어 어디가서 영어로 찬물을 달라고 말하고 싶을때 한국사람은 문법을 고려해 이렇게 말하고 싶어한다.
'차가운 물 한잔만 주실수 있겠습니까? 감사합니다.' (Could I have a glass of cold water please? Thank you.)
광동어로 하면 중국인들은 같은 내용을 이렇게 말한다.
'冰水 唔該!' (Cold water, thanks!)
만약 한국에서 식당같은델 가서 한국말로 중국인이 하는것처럼 '시원한물, 감사!' 라고 말하면 반 또라이로 볼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뜻은 통한다는 것이고 중국어나 영어로는 이렇게 말하는게 지극히 정상이라는 것이다.
- 건축에 대해 글을 쓰려다가 어쩌다보니 한국사람이 영어 말하기를 왜 힘들어 하는지로 새어버렸는데;;;
아뭏튼 내 요점은 디자인도 위와 같은 영어 말하기와 비슷할 수 있지않을까 하는것이다.
처음부터 스케일을 따져가며 건축적인 면적과 기능, 그리고 구조 같은 부분들을 너무 신경쓰다보면 그리는 손이 잘 안나간다.
처음 디자인을 시작할땐 이런것들을 잠시 잊고 막 던진다는 마음으로 대범하게 슥슥 스케치 해보는 자세를 가지는게 중요한것이다.
최근 본 영상에서 컴퓨터를 굉장히 잘 다루는 건축 유튜버가 자신도 가장 초기의 컨셉은 항상 공책의 핸드 드로잉으로 시작한다고 하였다. 의외였던것이 적어도 3D 프로그램으로 간단한 Massing부터 잡고 시작할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유는 3D 프로그램으로는 박스 하나를 그려도 사이즈를 고려 안할수가 없는데 그럼 거기서부터 스케일이 신경 쓰인다는 것이다.
영상에서 사소하게 지나칠 수 있는 내용 이었지만 나한테는 꽤 크게 다가왔다. 이런 사소한 부분이 나도 모르게 첨부터 디자인 프로세스를 어렵게 풀게 만드는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친구의 프로세스는 대략
- 공책에 스케치 (Hand drawing, no scale)
- 3D 프로그램으로 스케일에 맞는 simple massing
- Massing 출력후 디테일을 스케치로 입힘 (Hand drawing on top of printed massing)
- 3D 프로그램으로 디테일한 모델링
이정도 였는데 BIM 프로그램을 사용해 모델링을 하면 디테일한 모델링 단계에서 도면, 단면, 입면등이 동시에 작업되는것이다.
그 이후 포스트 프로덕션은 루미온같은 실시간 랜더링 프로그램 + 포토샵 정도로 마무리 하는듯.
1인 오피스로 디자인을 진행할때 가장 적절한 프로세스와 도구들이라고 생각한다.
- 최근 며칠간 핸드 드로잉으로 건축 형태를 잡는 연습을 계속 해왔는데 조금씩 늘어가는것이 보인다.
애플펜슬의 질감에 익숙해지면서 점점 더 손에 감기는 맛이 생기기에 나름 꽤 재미있다.
그와 동시에 머릿속에서 막연하기만 했던 3차원 형태들이 좀더 명확해 지는 느낌이 드는것이 아마 이런 연습을 통해 3차원적인 사고도 같이 늘어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고무적이다.
어느정도 원하는만큼 그릴 수 있게되면 위에 설명한 프로세스 대로 작업을 해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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