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가지고있는 선배 둘에 대한 기억 생각



오늘도 하루 하나의 글쓰기 스타트.
매일 쓸만한게 있을까 생각했는데 이것도 습관이 되다보니 매일 한두가지 떠오르긴 한다.

어제 대학 동기와 후배들이 함께 운영 하는 설계회사를 놀러갔다오니 대학시절 기억이 스믈스믈 올라온다.
이곳에서 내가 대학을 다닐때는 제법 조직적인 한인학생회도 있으면서 나름 한인들끼리 선후배 관계도 형성되어 있는 분위기였다.
요즘도 한인학생회는 유지되는것 같은데 선후배 관계는 예전에 비해 어떤지 궁금하다.
 
암튼 이전 글에도 적었지만 나는 대체적으로 맨토운이 없는 편이었는데 선배운도 마찬가지였다.
딱히 선배를 통해 무언갈 배우거나 같이 어울린 기억이 거의 없다. 
그래도 걔중 생각나는 2명이 있는데 안타깝게도 다소 유쾌하다고 볼 수 없는 기억이다.

우선 가장 강렬했던 사람은 처음 입학했을때 그당시 과대 형이었다.
상당히 까무잡잡한 피부에 인상 자체도 강렬해 아무말 안하고 있으면 한국사람이라고 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생긴것과 달리 엄청 한국적으로 선후배를 강조해서 나로썬 첫인상이 다소 부담스러웠다.
그래도 그나마 처음에 우리학년을 챙겨주려고 하던 선배라 과팅 약속도 해주고 이리저리 설레는 말은 많이했는데 
뭐 결국엔 다 말뿐이었다;;;

그 선배가 어느날 스튜디오에서 작업하다가 저녁에 나를 비롯한 몇몇 후배들을 자기집으로 데려간적이 있다.
자기 방에서 병맥을 손수 까주면서 둘러 앉았는데 당시 촌동네에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올라온 내 눈에는
선배가 모는 지프부터 시작해서 앉아있는 방갈로 스타일의 멋진 방 등등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그 사람 입에서 나오는 말은... 완전 산전수전 다 겪고 모든 어려움을 딛고 일어나 일가를 이룬 자수성가 사업가나
할만한 내용이었다. 아니 그래봤자 이제 20대 초반인데;;; 지금 생각하면 참 귀여운듯 ㅎㅎ
아직도 기억나는 구절은,
'난 여기까지 오기위해 이리구르고 저리구르고 별짓 다해봤다...' 

가만히 듣고있다가 아직 너무나 순진했던 나는 그만 참지못하고 느낀점을 솔직히 말해버렸다.
형은 그래도 이렇게 환경이 좋은것 같아 부럽다고. 사실 그렇지 않은가, 지프던 집이건 다 자기힘으로 얻은게 아니라 
모두 부모님이 그냥 주신거 아닌가?
아 그냥 조용히 맞장구나 쳐줬어야 하는데... 그 이후로 그형과 굉장히 껄끄러운 사이가 되어버렸다. 
괜히 마주치면 시비나 걸고... 그래도 다행이었던건 알고보니 대부분의 다른사람들도 불편해하는 사람이라 결국 스스로 
도태되어버려 한두해 후엔 학교에서 잘 보이지도 않게되었다.


또 한명의 선배는 대학을 졸업하고 알게되었다.
졸업 후 구직중인 시기였는데 대학만 졸업하면 나같은 인재는 여기저기서 모셔갈줄 알았던;;; 것과 다르게 예상보다
구직기간이 길어지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나중엔 첨에 관심도 없었던 한인 설계회사에도 연락을 해보게 되었는데 아마 그당시 여자친구의 권유였던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인터뷰 약속을 잡고 찾아갔더니 몇해 먼저 졸업한 선배가 운영하는 회사였다.
거의 주택만 설계하는 회사였는데 대학을 갓 졸업한 나는 당연히 포트폴리오 내용이 전부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작업한 
가상의 프로젝트밖에 없었다.
그래도 나름 좋은 점수를 받은것들이라 자신있게 커다란 프린트물들을 테이블에 펼쳐보였는데... 그때 본 그분의 그 가소롭다는 
표정을 잊을수가 없다.
그러곤 앞에 펼쳐놓은 것들을 보는둥 마는둥 하면서 설계인생 선배로써의 금쪽같은 조언을 해주셨다. 이런거 다 좋지만 실제로 하는 실무는 완전 다른세계다, 앞으로 배울것이 많다.. 나 지금 현장 나가는데 같이 가보자.

뭐 그래서 같이 현장을 따라가 보았다. 
2층짜리 목조주택 현장이었는데 둘러보고 나서 백인 프로젝트 매니져 같은 사람과 잠시 담소를 나눌 시간이 있었다.
거기서 프로젝트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당시 자리에 없었던 한국인 클라이언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때 그분이 앞에 앉아있는 백인한테 하는 내용은 대략 이랬다.

'코리안은 그런면이 있지, 코리안은 그래서 좀 그래, 코리안은 그러니까 이해해, 코리안, 코리안, 코리안....'

아직 세상물정을 모르는 내가 듣기에도 이건 정말 아니다 싶었다. 아니 자기는 코리안 아닌가 그럼? 왜그렇게 자기얼굴에 침을
못뱉어서 안달이지?
세상엔 여러종류의 매국노가 있다는걸 그날 알았다. 
그리고 그때부터 그사람은 마음속에서 선배가 아닌 다른 무언가로 수정되었다.
물론 나는 그회사를 가지 않았고 나중엔 결국 훨씬 제대로된 곳으로 취직했다. 
그곳에서는 인터뷰때 내가 보여준 작품들을 굉장히 좋아했던건 물론이다.


정작 선배라고 기억나는 둘에 대한 기억이 이런거라 안타깝다. 
그러면서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선배로 기억될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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